어제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 대학원 조기전형 면접을 보고 왔다. 대학원 조기전형 자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어차피 3월 입학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9월-10월 쯤 해서 지원하기 때문에, 조기전형 트랙에서 면접을 보러 온 사람은 나 한 명이었다. 조기전형 준비하면서 인터넷에 후기가 전무했기 때문에, 앞으로 혹시 조기전형 면접이 어떤식으로 이루어지는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글을 남긴다. 물론 면접은 교수님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당연히 이 학교와 학과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조기전형 면접 대상자들은 9시 30분까지 제3공학관 C038로 오라고 되어있었지만, 존재하지 않는 강의실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냥 후기전형 지원자들과 같은 대기실이려니 하고 B038로 갔다. 그리고 이름표가 붙어있는 책상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이름표의 수험번호로 조기전형은 나 혼자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9시 30분에 면접이 시작될리 없었고 후기전형 응시자들과 함께 10시에 시작되려니 했는데 정말 그랬고, 이름표는 맨 뒷자리에 붙어있었으나 다행히 가장 먼저 면접을 볼 수 있었다.


잠깐 시간을 1주일 정도 돌려서, 면접대상자라고 발표가 뜬 후―전형 자료에 면접 없이 최종합격할 수도 있다고 써져있어 내심 기대했으나 역시 유명무실한 조항이었다―대학원 면접이 대강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주변에 물어보고 인터넷도 찾아보았다. 알아본 결과는 대강 예상했던대로 주요 전공과목들에서 '이정도는 알아야지'하는 문제들과 많아봐야 자기소개나 지원동기, 자기어필 정도다. 지원자가 정말 많다면 면접이 중요해지겠지만 과가 사이즈가 크지 않아서, 사실상 서류 위주의 심사다. 주변에서 준비할 필요 없다고 말을 많이 해주었으나 내가 지식이 워낙 짧은 것도 있고 성격상 1주일 정도 준비아닌 준비를 했다. 주요과목들을 초고속으로 훑으면서 중요한 건 노트해놓고 외우고, 자기소개는 시험 전날 1분 길이 정도로 준비해두었다. 그렇다고 진짜 열심히 준비한 건 아니고 딴짓할 것들은 다 하면서 임시공휴일을 통틀어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고 투덜대며 괜히 몸만 축났다.


나 말고 박사 트랙으로 지원한 지원자도 단 한 명이라, 트랙이 다르지만 그 분과 같이 면접에 들어가게 되었다. 같이 면접을 보게 된 분은 회사생활도 오래 하시고 결혼도 하신 분이었는데, 회사에서 배려도 해주고 열정이 있으신 것 같았다. 오랜만에 이런 자리에 오셨는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 분도 확실히 가고자 하는 연구실이 정해져 있고 면접 들어오신 교수님들도 회사와 병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다소 하셨지만,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았다. 문제는 물론 나였다. 결과적으로 준비한답시고 한 준비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질문이 딱 떨어지게 3개는 아니었지만 큰 틀에서는 '유학이나 다른 대학에 지원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왜 우리 학교에 오고 싶은가', '하고 싶은 연구 분야',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단순한 이력 관련 질문이었다.


하고 싶은 연구 분야는 나 나름 확고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답변에 대한 준비를 할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막상 말하려니 '이것과 저것'이라고 하고 나서 답변을 이어가기가 어려웠다. 결국 떠오르는 최근 연구 분야를 두루뭉실 얘기해버렸다. 완전 엉뚱한 소리를 한 건 아니지만 교수님에게 좋은 인상을 줄만한 답변은 아니었다. 왜 우리 학교에 오고 싶냐는 교수님께는 나름 그래도 이 연구 분야에서 국내에서는 지금 가고자 하는 연구실에 가고싶다는 얘기를 했는데, 교수님이 오히려 '글쎄 그 연구실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어떤 점에서 그렇냐고 반문하셔서 또 어영부영 아무 의미없는 얘기를 하게 됐다. 질문하신 교수님이 워낙 직설적이고 자부심이 강한 분이라는 걸 알고, 평소에 그런 쪽으로 유머 코드를 내세우시는 분이라는것까지도 알기 때문에 그나마 내가 실없는 소리를 한 것에 대한 자책이 줄어드는 것 같다.


워낙 면접에 취약한 성격이기 때문에, 잊어버린 전공지식을 질문받고 대답을 못하는 것보다야 훨씬 나은 면접이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조기전형에 지원해서 미리 면접도 본 것이 남은 학기를 압박을 덜 받으면서 지낼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쁘다. 당분간 면접에서 하고싶었던 얘기들이 계속 떠오르면서 이불을 차겠지만 말이다. 후... 앞으로는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생활도 좀 해보고, 책도 더 많이 읽으면서 말을 더 조리있고 순발력 있게 할 수 있도록 갈고 닦아야 할텐데 과연 어찌될지 내 미래가 궁금하다.